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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즈벨트 대통령이 우리 어촌을 개발한다면('18.07.30. 서울신문)

루즈벨트 대통령이 우리 어촌을 개발한다면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1929년 10월 24일 대공황의 서막을 알린 ‘검은 목요일’을 시작으로 미국 주식시장인 월가(Wall Street)가 붕괴되고, 시가 총액이 40%나 떨어지면서 전 세계는 대공항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이 때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 한명인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뉴딜(New Deal)정책’을 제시하며 도로, 교량, 공항 건설 등의 공공사업을 통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가며 대공황을 극복해냈다.

 

  최근 우리나라도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하여 ‘뉴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어촌은 어가인구 30만명이 훌쩍 넘고, 만선(滿船)의 꿈에 부푼 배들로 활기가 가득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현재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어가인구는 12만 명에 불과하고, 세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 노령자에 해당할 만큼 고령화도 심각하다. 연안여객선 이용객도 지난해 1,690만 명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노후 선박과 낙후된 선착장 등으로 인하여 접근성은 좋지 않다. 이대로 간다면 향후 50년 내 60여개가 넘는 섬들이 무인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특약처방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고민들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는 해외의 성공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환경파괴로 죽어가던 일본의 ‘나오시마’(直島) 섬은 유명 건축가 안도 타다오(Ando Tadao)의 예술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섬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으로 재탄생하며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특히 일본의 지중해라 불리는 다카마쓰 및 페리호를 이용한 주변 섬들과 연계한 여행테마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주민보다 고양이가 더 많아 ‘고양이 섬’으로 알려진 ‘아오시마’(靑島)는 ‘콘텐츠와 교통, 현지의 노력’이라는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지면서 매년 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러한 성공스토리를 보면서 우리 어촌에 필요한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편안하고 쉽게 갈수 있어야 한다. 교통이 편리하지 못하면 알리기도 어렵고 많이 갈 수도 없다. ‘가기 쉬운 어촌’을 만드는 것이 어촌발전의 시작인 것이다. 물론 쉽게 갈 수 있다고 해서 사람이 모이는 것은 아니다.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도 이러한 잠재력은 충분하다. 아시아 최초 ‘슬로우시티’로 지정된 ‘청산도’의 여유와 느림의 미학은 많은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고 있고, 남해의 돌담이나 대나무 그물을 이용한 전통어업 방식인 ‘독살과 죽방렴’ 체험은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해녀문화’ 체험은 잡는 재미와 먹는 재미로 날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전남 완도의 작은 섬인 ‘생일도(生日島)’의 생일 이벤트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인 현지 주민의 노력이다.

 

  지난달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계획을 담아 ‘어촌뉴딜 300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노후화된 여객선 대신 새롭게 건조한 배를 투입하고, 선착장도 안전하고 쾌적하게 바꿔나가는 한편, 즐거움으로 가득한 ‘찾고 싶은 어촌’을 만들기 위해 지역의 핵심자원을 활용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어촌의 유휴시설을 청년창업이나 문화예술인의 창작공간으로 제공하고, 기반시설 투자가 필요한 해양레저 부문은 권역별 거점 조성 후 어촌과 연계함으로써, 전국 연안을 종주하며 즐길 수 있는 ‘U자형 해양레저관광벨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어촌주민과 지역 전문가로 구성된 ‘어촌뉴딜 협의체’를 구성하여 현장중심의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지역별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워나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어촌마을마다 독특한 매력과 특색을 가지고 해양레저형, 국민휴양형, 어촌문화형, 수산특화형, 재생기반형 등 다양하게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촌뉴딜 300 프로젝트’가 우리 어촌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만,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단기간 집중투자를 통해 대공항의 돌파구를 마련했던 것처럼, 우리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어촌의 혁신성장을 이끌어 다가올 변화를 슬기롭게 맞이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