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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습관으로 바다에 생명을 더하다('18.3.26. 서울신문)

작은 습관으로 바다에 생명을 더하다('18.3.26. 서울신문)

 

 강준석 해양수산부 차관 

 
  2016년 개봉한 해양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바다(A Plastic Ocean)>에서  저널리스트이자 영화감독인 크레이그 리슨은 고래를 촬영하기 위한 바다 탐험에 나선다. 그러나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고래가 유영하는 아름답고 푸른 대양의 모습이 아니라, 크고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여 고래를 비롯한 모든 생명들이 위협받는 오염된 바다의 모습이었다. 이는 비단 다큐멘터리 속 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유엔환경연합(UNEP)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 무게가 무려 480만 톤에 달하였다고 한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50년에는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의 무게가 물고기의 무게와 맞먹게 될지 모른다는 섬뜩한 예측도 나온다. 최근에도 대표적인 해양 휴양지로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 필리핀 보라카이섬이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어, 필리핀 정부 측이 섬을 잠정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해양쓰레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년 약 18만 톤, 5톤 트럭 36,000대 분량에 이르는 해양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고 한다.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 외에도 대표적 해양쓰레기인 폐어구에 물고기가 걸려 죽는 유령어업(ghost fishing)으로 연간어획량의 10%에 해당하는 약 3,787억원 상당의 피해가 매년 발생한다. 폐어망 등의 경우 선박 추진기관에 얽혀서 엔진고장을 일으켜 각종 해양안전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자체와 함께 매년 약 5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해양쓰레기 수거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는 연안오염총량관리제를 통해 특별관리해역에서 바다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총량을 통제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해양미세플라스틱의 환경위해성 연구’를 추진하고, 해양쓰레기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전국 해안쓰레기 오염지도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에 더하여 어업활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어업용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바꾸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양쓰레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해양쓰레기는 한 번 바다로 유입되면 빠르게 확산되므로 수거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며, 이로 인한 피해를 정확히 집계하고 대비하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후 수거보다는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모든 권리에는 책임이, 모든 기회에는 의무가, 모든 소유에는 그에 상응하는 임무가 따른다.”는 말처럼, 바다를 누리는 우리 국민 모두가 바다 살리기에 동참하여야 깨끗한 바다를 되찾을 수 있다. 어업 활동이나 운항 중에 생기는 쓰레기는 자체 수거하고, 연안을 터전으로 삼아 살고 있는 주민들의 경우 주변 지역의 쓰레기를 상시 관리하며 바다로 유입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에 더하여, 바쁜 삶 속에서 휴식을 즐기고자 바다를 찾은 관광객들이 일상으로 되돌아갈 때 자리에 남은 물병 등도 함께 정리하시기를 부탁드린다.

 

  무심코 바다에 버린 작은 쓰레기가 먹이사슬과 순환을 거쳐 머지않은 미래에 나와 가족에게 되돌아 올 수 있다. 함께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지 않으면, 우리의 후손들은 더 이상 바다를 푸르른 곳으로 기억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처럼, 내가 대수롭지 않게 해안가에 버린 플라스틱 물병 하나도 지구의 환경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해불양수(海不讓水)’라는 말처럼, 그간 바다는 항상 우리의 필요를 채워 주는 넉넉한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로 자리해 왔다. 이러한 바다에게 오늘날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은 해양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실천으로 우리 후손들에게 더 푸르고 아름다운 바다를 물려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