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별사전공표

국제규범의 블루오션을 찾아서('18.1.26. 아주경제)

국제규범의 블루오션을 찾아서('18.1.26. 아주경제)

 

해양수산부 차관 강준석

 

  “종국에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인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찰스 다윈의 말이다. 지구상 최강 포식자로 군림했던 공룡은 빙하기라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하였지만 이에 적응한 수염고래는 오히려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며 서식지 면적도 세 배나 증가하였다.

 

  세계 참치 생산량 1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는 국제 어류 생산 및 교역에 있어 존재감이 상당하다. 급변하는 국제 수산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는 공룡이 될 것인가 아니면 고래가 될 것인가? 이를 결정짓는 키워드는 국제규범 선도이다. 우리 식생활 깊이 자리 잡은 캔 참치부터 고급 횟집에서 볼 수 있는 이빨고기(메로)까지 국제규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고, 이러한 규제는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전 세계가 탈규제와 자유무역으로 향하는 이 때 수산 제품의 생산과 유통을 둘러싼 국제 규제는 왜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을까? 그 기저에는 불법어업 문제가 있다. 인터폴에 따르면 불법어업으로 어획, 유통되는 물고기가 한 해 약 2천3백만 톤에 이르고 이로 인해 한화 약 23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국가 간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불법어업을 근절하기 위해 개별 국가와 국제 수산 관리 기구는 다양한 감시 및 통제 규범을 도입하였고, 이 틀을 벗어나서는 정상적 어업이나 교역활동이 불가능해졌다.

 

  유럽연합(EU)은 2010년부터 불법 어선을 통제하지 못하는 국가로부터는 수산물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였고, 미국도 2009년부터 격년으로 “불법 어업 국가” 목록을 발표하고, EU와 유사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조치의 중심에는 어획증명제도(Catch Documentation Schemes, CDS)가 있다.

 

  CDS란 어획부터 판매 직전까지 서류를 통해 어획물의 적법성을 증명하는 제도이다. 현재 EU를 비롯한 여러 국가와 국제수산관리기구에서 동 제도의 적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편 UN식량농업기구(FAO)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CDS에 국제적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2015년부터 자발적 지침을 수립하기 시작하였고, 수차례 기술협의를 거쳐 작년 7월에 동 지침을 채택하였다. 우리나라도 2016년부터 한국형 CDS를 개발하고 있던 터라 자칫 잘못하다가는 FAO가 수립하는 국제 표준과 우리나라 표준이 어긋날 위험이 있었다.

 

  이에 우리나라는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방식의 CDS가 국제 표준에 녹아들도록 선제적으로 FAO 기술협의에 참여하여 우리나라 CDS 원칙과 표준을 대부분 반영하였으며, 그 결과 국제 표준과 거의 완전히 일치하는 CDS를 갖추게 되었다. 이는 우리나라 기준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첫 번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CDS는 국제 규범의 블루오션이다. 현재 5대 참치기구 중 2개 기구만이 참다랑어에 CDS를 도입하여 적용하고 있고, 그 비율은 전 세계 참치 어획량의 0.5%에 불과하다. 연간 320조원에 이르는 전세계 수산물 교역시장에 새로이 적용될 국제 규범은 아직 빈 페이지로 남아있다는 뜻이다. 작년 23억 달러어치의 수산물을 수출한 우리나라로서는 CDS의 향방에 깊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국제 표준 마련에 적극 기여한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이 빈 페이지를 앞장서 채워나갈 계획이다. 한국형 CDS 표준이 국제사회에 전파될 경우 규제 강화라는 흐름 속에서도 우리나라 수산물 수출은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표준을 벤치마킹하려는 국가들과도 적극 협력하여 한국 기준이 세계 기준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빙하기에 더욱 번성하였던 고래처럼 급변하는 국제환경에 슬기롭게 적응하여 국제 수산 규범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었다. 한때 서방 선진국이 주도하였던 국제 입법(rule-making) 무대에서 우리 해양수산부가 양성한 국제 협상인력들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음이 보람되고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표준을 선도해 가는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