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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넘은 고등어 이야기('16.6.20. 경향신문)

태백산맥 넘은 고등어 이야기('16.6.20. 경향신문)

 

해양수산부 장관 김 영 석

 

  내가 학창시절을 보낸 60~70년대는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었다. 아산에서도 바다가 좀 멀리 떨어진 읍내에서 자란 나는 해산물을 자주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 시절에도 고등어는 우리 식구 밥상에 종종 올라왔던 고마운 음식이었다. 어머니께서 저녁상을 차릴 때 나던 구수하면서도 비릿하던 고등어 냄새는 아직도 가슴 한편에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시에서 산간벽지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널리 소비되던 고등어,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지만 값이 저렴해 ‘바다의 보리’라고 불리던 고등어는 우리와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사랑받는 생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우리 국민들의 고등어 사랑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5세기에 쓰인 <동국여지승람>에도 고등어 잡이가 성행한다고 쓰여 있어 이미 그때부터 우리 민족이 고등어를 즐겨 먹어왔음을 알 수 있다. 조선후기 어류백과사전인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고등어가 간과 신장 기능을 발달시키며, 깊지 않은 바다에 사는 물고기라 육질이 연하다’고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봇짐장수들은 동해에서 잡힌 고등어를 지고 태백산맥을 넘어 내륙으로 날랐다. 내륙지방인 안동에 간고등어가 특산물로 자리 잡은 것은 이들이 흘린 땀의 산물이다.

 

  이처럼 오랜 시간 우리 옆을 지켜왔던 국민생선 고등어는 21세기 들어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웰빙 열풍을 타고 ‘슈퍼푸드’, ‘브레인푸드’, ‘힐링푸드’ 등으로 불리며 더욱 각광을 받게 됐다. 고등어에는 EPA와 같은 고도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다이어트에도 좋으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나 뇌졸중 예방에 효과적이다. 뇌세포 활성 물질인 DHA도 풍부해 자라나는 어린이와 수험생에게도 좋다. 또한 혈액을 깨끗하게 해주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혈액순환에 좋으며 심장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오메가-3 지방산은 사람의 기분을 관장하는 도파민과 세로토닌 수치를 높여줘 우울증을 떨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켜주는 그야말로 웰빙식품인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2014년부터 웰빙식품인 수산물을 우리 국민들이 많이 섭취할 수 있도록 수산물의 우수성을 알리는 ‘어식백세(魚食百歲)’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금어기를 마치고 대형 선망이 본격적인 고등어 잡이에 나선 지금, 갓 잡아 올린 싱싱한 고등어는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한 어식백세 대표 수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비린내 제거 기술을 활용한 고등어 너겟, 고등어 또띠아 등 10여종의 고등어 시제품에 대한 품평회도 준비 중에 있으니, 비린내와 잔가시 때문에 수산물을 기피하는 어린이나 청소년들도 몸에 좋은 고등어를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미세먼지 논란의 중심에 서있던 고등어가 누명을 벗었다. 생선이나 육고기는 불에 구우면 연기 속에 미세먼지가 발생하지만, 10분만 환기해도 90% 이상 줄어든다고 한다. 또한 고등어에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은 기도의 염증을 완화시켜 폐질환 증상인 호흡곤란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어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 먹으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하니, 고등어 입장에서는 미세먼지와 관련된 오명이 억울할 법도 하다. 

 

  추억의 대표 록밴드 산울림이 부른 ‘어머니와 고등어’ 노래의 한 소절이 문득 떠오른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오늘 저녁에는 서민식탁의 파수꾼 고등어 요리를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누명을 벗은 고등어가 다시금 우리가 편히 즐겨 먹는 국민 식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