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별사전공표

[매일경제 기고] 5천억달러 미래 해양산업, 우리 기술로 열어야

5천억달러 미래 해양산업, 우리 기술로 열어야(11.09, 매일경제)

 

지난 8월 수중 건설 로봇 URI-T가 베트남 가스관 해저 매설 공사에 등장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URI-T는 잠수사가 바닷속에서 하던 작업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으로, 고압의 물을 해저 면에 분사해 땅을 파고 관로를 매설한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등이 2013년부터 6년간 815억원을 들여 핵심 기술 국산화에 성공한 이래, 민간기업이 기술을 이전받아 자체 성능 개선을 거쳐 올해 실전에 투입했다. 공공연구기관과 기업의 협업이 성공적인 결과물로 이어진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속화된 디지털 대전환은 첨단 기술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게 하고 있으나, 재원이 넉넉지 않은 기업들은 사업 확장과 시장 개척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디어를 응용 기술로 발전시키고 사업화하는 것은 물론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되기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 특히 창업기업들은 그 어려움을 감당하기가 더욱 힘겹다. 통계청에 따르면, 신규 창업기업 10곳 중 7곳이 채 5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고 한다.

 

URI-T의 사례는 이런 고착 상황에 의미 있는 답을 제시한다. 원천 기술을 보유한 정부·공공연구기관과 기업가정신을 가진 민간업체가 기술협력을 추진하면, 기관은 연구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기업은 연구비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선박 운항 시뮬레이션 원천 기술을 이전받아 설립된 해양수산 분야 제1호 연구소기업인 `세이프텍리서치`2012년 연 매출액이 6억원에 불과한 작은 기업이었으나, 지금은 연간 5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해 예비 유니콘 기업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자체적으로 개발한 가상현실(VR) 기반 선박 운항 과정 교육 시스템은 코로나19 시대에 대면교육을 대신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되고 있다.

 

기업이 기술로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시제품, 마케팅, 추가 투자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해양수산부는 전 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유망기업 발굴부터 비즈니스 모델 구축, 시제품 제작과 인증 지원까지 기업의 성장을 세심하게 지원한다. 공공연구기관을 통해 창업 공간, 연구 장비, 기술 등 초기 자원을 지원하고, 해양수산모태펀드를 통해 사업화 자금을 해결한다. 해양수산부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약 11조원의 해양수산 신시장을 창출하고, 매출 1000억원 이상의 오션 스타 기업 20개를 육성할 계획이다. 10일 열리는 `2020 해양수산 기술사업화 대전`의 주제는 `우리의 기술로 바다의 미래를 열다`인데 말 그대로 바다는 미래이고 이 미래를 여는 열쇠는 우리 기술이어야 한다.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와중에 우리나라 경제는 반등하고 있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이다. 방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으로 가장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선도형 경제, 지속 가능한 경제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바다는 아직 인간이 개척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자 무한한 잠재력의 공간이다. 해양바이오, 해양자원개발 등 해양 신산업은 약 5000억달러 규모의 시장가치를 가진 미래의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우리의 해양수산 기업들이 날개를 달고 멋지게 도약하길 바란다.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11/1146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