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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인터뷰]취임 1주년 맞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20.6.9)

취임 1주년 맞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6.9, 매일경제)

 

우리에게는 `한반도`란 명칭이 친숙하다. 그러나 북한 때문에 대륙 진출이 막히면서 한국은 분단 후 70년 넘도록 사실상 섬나라가 됐다.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바다를 통해야 했다. 해운업과 조선업이 한국 경제의 고속 성장을 가능하게 한 주역이었다. 해양수산부 장관의 집무실에는 거꾸로 되었다고 착각할 만한 세계지도가 걸려 있다. `거꾸로 세계지도`란 이름이 붙은 이 지도는 일반 지도와 달리 북반구가 밑에, 남반구가 위쪽에 배치됐다. 지도를 보면 한반도는 동북아시아 끝에 위치한 나라가 아니라, 드넓은 태평양을 향해 뻗어나가는 전초기지다. 지난 5일 이곳에서 만난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이 지도를 보면 대륙 중심의 기존 사고방식 틀이 바뀐다고 소개했다. 한국이 해양으로 뻗어나갈 엄청난 기회의 나라라는 설명이다. 다음은 문 장관과의 일문일답.

 

취임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한진해운이 파산한 뒤 반 토막 난 운송능력을 복구하기 위해 해운 재건 5개년 프로그램, 수산혁신, 해양수산 스마트화 등을 추진해왔다. 나는 소위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서 밖에서 보이지 않던 점들이 직접 정부에 들어와 일해보니까 눈에 들어왔다. 인상적인 부분은 대다수 직원이 많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꼽는다면.

 

전통 주력 산업의 재도약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매달렸다. 그 결과 해운산업 재건과 수산업 혁신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가 있었다. HMM(현대상선의 새 이름)이 지난해 정회원으로 가입한 세계 3대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와 올해 4월부터 협력이 개시됐다. 지난 423일 명명식이 열렸던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를 시작으로 24000TEU(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분)급 초대형선 12척이 유럽 항로에 투입될 예정이다. 어업인의 수산자원 보호, 친환경 생산 등을 지원해 수산업의 틀을 바꿀 `수산업·어촌공익직불제법`도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다.

 

2018년에 착수한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이 중간 단계에 와 있는데.

 

여태까지는 운송 원가가 비싸서 경쟁이 안 됐다. 경쟁 선사들은 TEU당 운송 원가가 800~900달러인 반면 우리는 1000달러에 가까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HMM이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을 건조한 것은 의미가 크다. 24000TEU급 초대형선은 800달러 중반까지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번 선박은 길이 400m에 옆으로 쌓는 컨테이너만 24개다. 일각에서는 그 큰 배에 실어 나를 짐이 있겠느냐고 한다. 그런데 24000TEU1호선부터 시작해 최근 5호선까지 계속해서 꽉꽉 채우고 있다.

 

농업에 이어 수산 분야에서도 공익직불제가 도입된다.

 

수산업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3가지 직불제도가 추가 도입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선 어촌계원 자격을 이양하는 어업인에게 직불금을 지급하는 경영이양 직불제는 고령 어업인의 소득 안정과 신규 어업인의 어촌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수산자원 보호 직불제는 총허용어획량(TAC) 할당, 휴어 등 자원 보호 의무와 정책 지원을 연계한 방식으로, TAC 기반의 자원 관리형 어업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정책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친환경 인증을 받거나 배합사료를 사용하는 어업인을 지원하는 친환경 수산물 생산 지원 직불제를 통해 현재 2.3%인 친환경 수산물 생산 비중을 2032년까지 15%(유럽연합(EU) 수준)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수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공익직불제는 그간 생산 확대 위주의 정부 정책이 공익 기능을 연계로 한 지원 정책으로 대전환되는 데 의의가 있다. 어가인구가 200025만명에서 지난해 11만명으로 감소하고 고령화되고 있어서 어촌은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를 타개할 모멘텀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수산 분야 공익직불제는 어가의 안정적 소득과 생활 기반 마련 토대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 궁극적으로는 어업인의 삶의 질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친환경 양식 등을 적극 유도해서 안정적인 먹거리 공급 체계를 견고히 해 국민의 후생도 높이고, TAC 중심의 자원 관리 체계 확립으로 중장기 수산자원 회복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서지역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도서주민은 우리 영토를 지키는 공익적 역할을 한다. 따라서 도서지역의 준공영제 확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현재 관련 부서와 재정당국이 협의하고 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우선 지원 대상에 해운과 항공 2개 업종이 지정됐다.

 

해운업이 국가 주요 기간산업으로 인정돼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이 된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해운기업의 부채 비율이 높고 유동성 여유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지원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중소 선사와 항만 하역사도 예외적으로 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중소 선사는 기간산업안정자금 지원이 어려우면 해양진흥공사를 통한 유동성 공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 설립에 나서면서 해운업계 반발이 거세다.

 

포스코와 해운업계 간 갈등 상황은 유감이다. 철강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대기업의 물류 자회사 설립이 물류정책기본법상 국가에서 추구하는 제3자 물류기업 육성 시책에 부합하는지 먼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해운업계 등 주요 관련 업계의 우려를 먼저 해소하고 서로 상생하려는 소통 노력의 부재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해관계자들과 상생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 사업으로 `그린 뉴딜`도 포함해 추진하고 있다.

 

해수부에서 추진하는 그린 뉴딜 사업은 친환경 선박 프로젝트다. 우리 조선·해운의 기술을 감안할 때 그린 뉴딜을 통한 대규모 선제적 투자가 뒷받침된다면 세계 시장 주도권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먼저 약 820척에 이르는 기존 관공선을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해 중소 조선소 경쟁력 강화는 물론 국내 친환경 선박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나갈 계획이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삶에는 늘 바다가 있었다. 부산에서 태어나 고향에 있는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그는 모교에서 석사까지 마친 후 현대상선에서 일등 항해사로 근무했다. 1987년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에서 1등 항해사로 근무한 경험을 포함해 승선 경험만 총 9년에 이른다.

 

그런 만큼 누구보다도 선원들의 애환을 잘 알고 있으며 선원들 복지에도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다.

 

원래 꿈은 무엇이었나.

 

선장이 되려고 한국해양대에 입학했다. 당시에는 해양대를 졸업하고 1년만 배를 타도 조그마한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벌이가 좋았다. 육지에서의 봉급보다 5~10배는 더 받던 시절이었다. 그렇다 보니 졸업 후 학교에 남으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교원으로 남게 됐다. 그러다 학교에서 기회를 줘서 현대상선에서 파견근무를 했다.

 

파견근무 때 어떤 배를 탔나.

 

현대상선에서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길이 250m, 32m짜리 3000TEU급 선박을 1년간 탔다. 실무적으로 좋은 경험을 했다. 배의 구석구석 안 가본 구역이 없고 배를 직접 오퍼레이션해봤던 경험이 지금까지도 큰 자산이다.

 

선박에서의 일상은.

 

42일을 주기로 똑같은 배 6척이 움직인다. 부산에서 대만 지룽(基隆)과 홍콩을 찍은 후 일본 고베와 요코하마, 미국 롱비치·오클랜드·시애틀 등을 거쳐 부산으로 다시 돌아오는 데 정확히 42일이 걸린다. 중복해서 들르는 곳을 포함하면 12개 항구인데 평균 3일에 입출항을 한다. 선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입출항이다. 비행기 이착륙과도 같다. 입항하면 정신 없이 작업에 내몰린다. 모든 운송수단은 움직여야만 돈이 된다. 그래서 항구에 정박해 있는 동안에는 작업이 힘들다. 정말 고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선원들의 복지 향상에 관심이 많다.

 

바다에서 얻은 교훈은.

 

배를 타던 1987년에 미국발 부산행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선 한진인천호가 태평양에서 침몰했다. 그래서 컨테이너선이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거친 바다에서 보낸 시간은 어려움이 와도 굴하지 않는 근성을 갖게 한 평생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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