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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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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
정보화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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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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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7.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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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556
어느 해녀 이야기
글.그림: G대리
촤아아악
보글 보글
촥! 와 잡았다!
이제 슬슬 올라갈까? 응?
와! 대박! 완전 전복 천지잖아!
아..숨이.. 아냐.. 조금만 더 따자! 슥 슥
안되겠다! 이제 올라가야... 응!! 보글 보글
해초가...
이런!! 보글 보글
읍!! 휙 휙
누..누가 도와줘요!! 보그르르...
이.. 이게 엄마가 말하던 물숨인가?
보글.. 이렇게 죽을수는 없어... 안돼!! 보글 보글
안돼
엄마 : 안돼마씸! 퍽
딸 : 왜 안돼요! 엄마도 해녀였고 할머니도 해녀였는데!
엄마 : 경허난 안 된다는 거여! 잘허던 수영은 무사 그만뒁으네 해녀냐! (그러니까 안 된다는 거야! 잘 하는 수영이나 할 것이지 무슨 해녀야!!)
딸 : 할머니와 엄마가 해오시던 이 일을 제가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요!
엄마 : 놈들은 먹고 살젠 허난 바쁜디 해녀는 알령 뭣사허젠 허는건지. 머리가 왁왁허다. 겅허고 해녀는 아무나 허는거냐~! (남들은 먹고 살려고 바쁜데 해녀는 알려서 뭘하려 하는건지. 머리가 어찔어찔하다. 그리고 해녀는 아무나 하는거니?)
딸 : 상관없어요! 엄마가 물질 안 가르쳐주면 옆집 아지메한테 배우죠 뭐!
엄마 : 허지말랜 허민 허지를 말어! 이 몰망진 년아.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를 말아라. 이 똑똑치 못한 년아!) 짝! 딸 : 아얏!
엄마 : 해녀'는 저승에서 벌엉 이승에서 쓰는 직업이여! 저런거 때미 나가 물질을 행너 뒷바라지 헌줄 아나? (해녀는 저승에서 벌어서 이승에서 쓰는 직업이여! 내가 너 해녀 하라고 물질을 해서 뒷바라지 한줄 알아?)
엄마는 해녀가 얼마나 고단하고 힘든지 아셨기에 제가 수영선수가 되기를 바라셨습니다. 와 와 와 찰칵 찰칵
하지만 저는 수영선수도 대학생활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엄마 같은 해녀가 되고 싶었습니다. 자퇴서 슥 슥
힘들겠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80세가 넘어서도 물질하시는 할머니도 계시니까요. 딸 : 나도 할 수 있어!
하지만 막상 바다에 들어가서야 제가 오만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보글 보글 촤악
깊은 곳에 들어가면 허둥대기 일쑤였고, 바닷속 지형지물을 파악하기도 힘들었습니다. 허우적 허우적 어프! 어프!
해녀 : 소영아 졍 허당 귀한 똘 물숨 먹는 거 아니냐? 허컨허는데 좀 가르쳐줘불라. (소영댁! 저러다 귀한 딸 물숨 먹는거 아니여? 하게따는데 좀 가르쳐줘)
엄마 : 내붑써게! 정 허당 말거우다 (냅둬! 저러다 말겠지...) 첨벙 첨벙
해녀1 : 겅해도 숨은 상군이여! 10 ~ 15미터 까정 내려가는 거 보난... 졸바로만 가르쳐보라. 비싼 해산물 건져낼거 닮다! (그래도 숨은 상군이구먼! 10 ~ 15미터까지 내려가는 걸 보니... 잘만 가르치면 값비싼 해산물을 건져내겠어!)
해녀2 : 20년 넘게 물진헌 나도 중군이디 상군 숨을 가져시냐. 부럽다이 (20년을 넘게 물질한 나도 중군인데 상군 숨을 가졌다니 부럽구먼...)
해녀3 : 숨 길이는 하늘이 정해주는 거~ 상군이디 아꼬와~ (숨의 길이는 하늘이 정해주는 겨~ 상군이데 아깝구먼...)
엄마 : 버럭.. 몬딱들 시꼬롸! (다들 시끄러! 물질 안 할겨?!!)
제주 해녀는 숨을 참는 능력에 따라 하군, 중군, 상군으로 나뉜다.
딸 : 저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 바닷가에 나가 해녀 할머니들을 도우며 해녀 일을 조금씩 배워나갔습니다.
딸 : 수경에 왜 이렇게 습기가 차지?
엄마 : 자!
딸 : 응?
엄마 : 야! 백날 수건으로 닦아보라! 짐 어서지나! (요것아! 백날 수건으로 닦아봐라! 김이 없어지나!)
딸 : 어.. 엄마
엄마 : 수경은 이추룩 쑥으로 닦는 거여!! 겅허고 껌으로 귀를 영 막는 거고! (수경은 이렇게 쑥으로 닦는 거여!! 그리고 껌으로 귀를 막는 겨!) 놈들한티 피해나 주지 마랑해여!(남한테 피해나 주지 마!)
딸 : 엄마...
어느날 어머니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대시며 제게 물질을 알려주셨습니다. 혹독한 훈련이었지만 행복했습니다.
엄마 : 야게! 눈을 무슨 어떵 텅 다념시니! 고작 구쟁이 7개 베낀 못 따시냐?(이년이! 눈까리를 어디다 쓸라고 달아놨냐! 겨우 소라 7개 밖에 못 딴겨?)
딸 : 첫 물질에 이정도면 잘 딴 거 아니예요?
엄마 : 겅 어영부영 헐거민 그만두라! (그렇게 어영부영 할 거면 그만둬!)
딸 : 아까 수압 때문에 바다 속에서 코피 터졌단 말이야... 머리도 아픈데 왜 그래요?
엄마 : 미련허게 물질허난 코피나 나지! 숨 끊어지기 직전, 물 위로 올라올 때 "호이 호이 훠" 허멍 숨을 몰앙 쉬라고 몇 번을 골아시냐!! ( 미련하게 물질을 하니 코피나 흘리지! 숨이 끊어지기 직전, 물 위로 올라올 때 "호이 호이 훠!" 하며 숨을 몰아쉬라고 몇 번을 말을 해!!)
딸 : 안다구요! 저도!! 휙 첨벙 첨벙
엄마 : 아고 자이보라... (아니 저것이...)
어머니가 모질게 구실 때면 저는 오기로라도 물질에 매달렸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버티다보니 잡은 소라 양이 10Kg, 20Kg으로 늘어났고 재미도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촤악 호이~ 호이 훠!
딸 : 엄마! 전복!! 전복!!
엄마 : 호호호 야이 상군되쪄! (호호호 이것이 이제 상군이구먼!!)
상군은 기량이 대상군 다음으로 좋은 해녀
처음으로 전복을 딴 날의 희열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머니가 처음으로 칭찬해주신 날이기도 했죠. 그날 저는 처음으로, 해녀가 되길 잘했고 생각했습니다.
엄마 : 이제 밥값 허크라! (이제 밥값을 하겠는걸!)
딸 : 엄마! 아까 거기에 전복이 더 있던 거 같아요
엄마 : 잠깐! 해도 저물엉 날씨도 이상헌게 이제랑 그만 나가게! (잠깐! 해도 저물고 날씨 이상한게 이제 그만 나가자...)
딸 : 아니에요! 아까 더 있었다구요!
엄마 : 욕심내지 말앙 그만 빗장 챙기라! (욕심내지 말고 그만 빗창챙겨!)
딸 : 그래도 아까 거기 있었는데...
엄마 : 야이 미신 물숨먹엉 저승가고 싶은구라 (이 얘 무슨 물숨먹고 저승가고 싶나보네?)
딸 : 그날 어머니가 그렇게 강조하며 얘기하셨는데.. "욕심을 부리면 물숨을 먹게 된다고..." 바보같이 욕심을 또 부리다니... 보글 보글. 죄송해요.. 엄마! 엄마...
엄마 : 소영아! 일어나... 소영아! 어떵 괜찮으냐? 야게 소영아! 일어나라! 정신촐리라! 엄마라, 엄마! (괜찮아? 소영아! 일어나!! 정신차려! 엄마야! 엄마)
딸 : 아.. 엄마... 스르르륵
해녀1 : 깨나난 다행이여! 다행이라! (깨어나서 다행이네! 다행이야...)
해녀2 : 여기 이씨 항망 아니어시민 큰일 날뻔해서 (여기 이씨 할망아니었음 큰일 날뻔했어)
엄마 : 아이고 야이 때문에 못살켜! 무사 겅 욕심을 부렴시니 (아이고 이 아이 때문에 못산다! 왜 그렇게 욕심을 부리니)
딸 : 죄.. 죄송해요.. 흑흑흑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났습니다..... 이후 바다는 두려웠지만 어머니와 할머니해녀의 도움으로 다시 물질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 허탕을 치면 '객석' 이라는 제주전통에 따라 할머니들은 목숨 걸고 물질해 얻은 해물을 한 움큼씩 나눠주셨습니다.
퐁! 저도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수평적인 해녀 공동체 문화"를 세상에 더 알리고 삼대 째 이어온 해녀 정신을 후대에도 물려 줄 생각입니다. 보글 보글
우리는, 자랑스러운 해녀니까요.
2016년 11월 유네스코는 제주해녀문화를 높이 평가해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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